지인의 추천으로 처음 을밀대 (강남점) 평양냉면을 맛봤을때를 기억한다.
먹자마자 내가 지인에게 한 말은..
"이딴거 왜 먹어?"
그 때 가격이 만 이천원이었나 만 삼천원이었나.
냉면 한 그릇에 이정도의 가격이라면(아무리 강남이라지만)
높은 가격에 따른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첫 경험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았다.
원래 시큼 새콤한, 약간은 자극적인 함흥냉면 스타일을 좋아하던 터라
더더욱 이 냉면은 공감하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먹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육수가 너무 심심하다.
그런데 정말, 너무 신기하게도..
며칠뒤에 생각나더라.
뭔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먹고 싶었고 다시 갔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나는 단골이 되었다.
그러니까 이 경험이 나는 몇년이 지난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분명 나는 이 냉면은 맛이 없다고 결론 내렸는데,
이상하게 다시 생각이 났고, 나는 다시 이 냉면을 먹으로 마치 연가시 마냥 그 비싼 돈을 주고 발걸음을 향했던 것이다.
이런 인지부조화의 원인이 뭔지 정말 궁금했다.
그러니까 첫번째.
을밀대 평양냉면은 맛있는건가 ?
지금 말하자면 맞다. 을밀대 냉면은 맛있다. 나한테는 맛있는 냉면, 그리고 좋은 기억이 있는 냉면집이다.
그런데 그러면 처음 먹었을때는 맛이 없었던 것일까?
정말 맛이 없었다면 왜 나는 그 비싼돈을 주고 다시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실제로 내 뇌는 맛있었다고 기억한게 아닐까? 내 입으로 나는 이 음식이 맛이 없다고 얘기했지만
실제로 내 뇌는 '맛있는' 경험을 한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다시 재방문을 했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지인의 권유로 다시 간 것도 아니었음)
여러번 방문을 하고 분석을 해본 끝에 느낀 결론은..
식감이다. (뻔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통통하면서 탱글한 식감. 그리고 여름에 적절한 냉면의 냉기 (너무 차갑지도, 너무 덥지도 않은)
이것은 혀에 전해지는 물리적인 감각이랄까. (짜고 시고 단것이 혀의 화학적인 감각이라면)
인지부조화를 느꼈던 이유는, 그동안 혀에 느껴지는 물리적인 쾌락을 많이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내 혀를 전방위적으로 두들기는 이 물리적 쾌감도 결국에는 '맛있다'라는 범주에 포함이 되어야 하는데
그 동안의 내 어리고 순수한 혀는 그걸 모르는 순진한 놈이었기에, 이걸 '맛있다'라고 언어적으로 결론내릴 수 없었다는 것. 그렇지만 내 뇌는 알고 있었지 않았을까 이 음식도 '맛있는' 것이라고.
그러다보니 첫번째 을밀대의 경험은 내 경험적, 언어적 한계로 인해 맛없다고 결론 지은 것이고
그 이후의 경험을 통해 좀 더 성숙해진 내 혀와 내 뇌는 지평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맛있다'라는 언어적 뉘앙스가 의미를 확장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음식에 있어서 식감이 중요한 이유는 이 음식이 내 소화기간에서 잘 소화될 수 있는 지를 판단할 수 있는 첫번째 감각이기 때문.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는게 생존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식감이 좋은 것을 '맛있다'라고 인지할 수 있게 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을밀대 냉면은 내게 있어서 한단계 높은 지평을 열게 해준 고마운 음식이다.
미묘한 식감의 세계를 발견하게 해준 오브젝트.
음식의 세계에서 맛이라는 건 참 다양한 변수를 가지고 있는데,
을밀대 냉면의 특이점은,
그 식감의 디테일 하나로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묘한 매력 때문에 더 사람들이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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